전승 이야기
본문은 어떻게
우리에게 왔는가
지금 우리가 읽는 성서 뒤에는 하나의 원본이 아니라, 이천 년 넘게 각자의 길을 걸어온 여러 갈래의 전승이 있습니다. 이 페이지는 그 갈래들이 어디서 왔는지, 그리고 왜 우리가 그것들을 하나로 합치지 않고 나란히 보여드리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.
01 · 왜 모았는가
숨은 해석이 문제입니다
해석이 전혀 없는 번역은 불가능합니다. 원어 단어 하나에 한국어 단어 하나를 고르는 순간, 이미 선택 — 즉 해석 — 이 들어갑니다. 문제는 의역 그 자체가 아니라, 그 선택이 본문 속에 감춰지는 것입니다. 욥기에 나오는 정체불명의 짐승 베헤못을 "하마"라고 옮기면, 번역자의 추측이 마치 원문인 것처럼 읽히게 됩니다.
또 하나의 큰 해석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일어납니다. 옛 문서들이 서로 다르게 전할 때, 가장 그럴듯한 쪽을 골라 하나로 이어 붙인 본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— 그런데 그렇게 고르는 판단이야말로 번역보다 먼저 일어나는 가장 큰 개입입니다.
나쁜 것은 의역이 아니라 숨은 의역입니다.
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를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. 문서들을 하나로 합치지 않습니다 — 각 본문 전통을 독립된 문서로 나란히 둡니다. 그리고 해석을 없애는 척하지 않습니다 — 대신 번역이 개입하는 지점을 전부 드러나게 기록합니다. 아래 문서들은 그 원칙을 위해 모인 증인들입니다.
02 · 시간의 강
기원전 6세기부터 오늘까지
이 문서들은 한 시대의 산물이 아닙니다. 성전이 무너져 말씀만 남은 날부터, 첫 번역과 필사실의 시대, 모음 기호의 발명, 인쇄술과 본문비평학, 우리말 완역을 지나 전승 전체가 데이터가 된 오늘까지 — 스물네 장면으로 따라갑니다. 항목을 누르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.
바빌로니아가 예루살렘과 성전을 무너뜨리고 유대인들을 포로로 끌고 갑니다. 성전 없이 흩어진 공동체에게 남은 중심은 기록된 말씀뿐이었습니다. 본문을 지키고 베끼고 낭독하는 전통 — 이후 2,500년 전승사의 출발점이 여기입니다. 포로지의 일상어가 아람어로 바뀐 것도 이때부터로, 훗날 타르굼(아람어 통역)이 필요해지는 배경이 됩니다.
느헤미야서 8장은 귀환한 공동체가 광장에 모여 "율법책"을 아침부터 정오까지 낭독하고, 레위인들이 그 뜻을 풀어 주었다고 전합니다. 본문을 공적으로 읽고 풀이하는 관행 — 낭독과 해석의 분리 — 이 여기서 모습을 드러냅니다. 원문을 그대로 두고 해석을 따로 붙이는 이 구조는, 이 앱이 따르는 구조이기도 합니다.
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유대인들이 토라를 그리스어로 옮깁니다. 프톨레마이오스 왕이 72명의 학자를 초청해 번역시켰다는 전설(아리스테아스 편지)에서 "칠십인역(LXX)"이라는 이름이 왔지만, 실제로는 토라가 먼저, 예언서와 성문서는 이후 약 두 세기에 걸쳐 차례로 번역된 긴 과정이었습니다. 성서가 다른 언어로 건너간 첫 대규모 사건이자, 번역이 곧 해석임을 보여주는 첫 실물입니다. 신약 저자들이 인용하는 구약이 대부분 이 번역입니다.
LXX 문서 소개 →사해 연안 쿰란의 필사자들이 성서 두루마리를 베낍니다. 여기서 나온 사본들을 보면 훗날 마소라 본문이 될 계열, 사마리아 오경과 가까운 계열, 칠십인역의 히브리어 밑바탕으로 보이는 계열이 나란히 존재합니다. 이 시대에는 "하나의 확정된 원문"이 아니라 여러 본문 전통이 함께 살아 있었다는 것 — 이것이 사해사본이 바꿔 놓은 그림입니다. 이사야서 전체가 담긴 대(大)이사야 두루마리는 마소라 사본보다 천 년 이상 이른 실물입니다.
사해사본 문서 소개 →쿰란에서는 정경 밖 문헌도 함께 나왔습니다. 그중 에녹서의 아람어 조각들(4Q201–212)은 이 묵시 문헌의 원어 실물입니다. 훗날 신약 유다서가 에녹서를 직접 인용하고, 에티오피아 교회는 지금도 이 책을 정경에 포함합니다 — 정경과 정경 밖 문헌 사이의 경계가 굳은 벽이 아니라 살아 있는 대화였음을 보여줍니다.
에녹서 단편 문서 소개 →그리짐 산을 성소로 삼은 사마리아 공동체가 오경 다섯 권만을 정경으로 하여 독자적인 전승을 이어갑니다. 글꼴부터 다릅니다 — 유대 전승이 아람 문자 계열(지금의 히브리 글꼴)로 갈아탄 뒤에도, 사마리아 전승은 더 오래된 고(古)히브리 문자를 지켰습니다. 마소라 본문과 약 6,000곳이 다르지만 대부분은 철자 차이이고, 그리짐 산 관련 구절처럼 신학이 걸린 차이도 있습니다. 지금도 소수 공동체가 이 전승으로 예배하는, 살아 있는 갈래입니다.
사마리아 오경 문서 소개 →예수 사건은 처음 한 세대 동안 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, 1세기 후반에 걸쳐 편지와 복음서로 기록됩니다. 기록 언어는 당시 지중해 세계의 공용어인 그리스어였고, 저자들이 인용한 구약은 대개 칠십인역이었습니다 — 번역본이 새 정경의 토대가 된 셈입니다. 저자의 친필 원고는 하나도 남지 않았고, 우리가 가진 것은 파피루스와 양피지에 베껴진 사본들입니다.
로마가 예루살렘 성전을 무너뜨립니다. 제사 중심의 유대교는 끝나고, 본문과 회당을 중심으로 한 랍비 유대교가 형성됩니다. 기독교 역시 유대교의 한 분파에서 독자적인 길로 갈라섭니다. 이후 히브리어 본문은 랍비 전승 안에서, 그리스어 본문은 교회 안에서 — 같은 뿌리의 두 본문이 서로 다른 손에 맡겨져 각자 필사되기 시작합니다.
쿰란 시대의 본문 다양성이 이 무렵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. 2세기 이후의 유대 사본들은 거의 하나의 자음 본문 — 훗날 마소라 본문이 될 계열 — 로 수렴합니다.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기록은 없지만, 결과는 분명합니다: 이후 유대 전승은 글자 하나까지 세어 가며 이 본문을 지키게 됩니다. 다만 이때 고정된 것은 자음뿐, 모음은 아직 낭독 전통 속에만 있었습니다.
히브리어를 점점 알아듣지 못하게 된 회중을 위해, 회당에서는 낭독 구절마다 아람어 통역을 붙였습니다. 이 통역이 글로 굳어진 것이 타르굼입니다 — 토라의 온켈로스, 예언서의 요나탄. 통역은 축자 번역이 아니라 풀이였기에, 타르굼에는 당시 유대 공동체가 본문을 어떻게 이해했는지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. 번역 속에 스며든 해석의 가장 오랜 기록입니다.
타르굼 온켈로스 문서 소개 →시리아어(아람어의 동부 방언)를 쓰는 공동체가 구약을 히브리어에서 곧장 옮깁니다. "페시타"는 "단순한 것"이라는 뜻입니다. 칠십인역을 거치지 않은 독립 번역이라, 마소라 본문과 칠십인역이 서로 다를 때 제3의 증인이 됩니다. 신약도 시리아어로 옮겨져, 이 전승은 지금까지 시리아 전례 교회들 안에 살아 있습니다.
페시타 문서 소개 →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대박해는 성서 사본을 찾아내 불태우는 것을 포함했습니다. 박해가 끝나고 기독교가 공인되자(313년) 상황이 뒤집힙니다 — 국가의 후원으로 성서 전체를 한 권에 담은 대형 양피지 사본들이 만들어집니다. 4세기의 시나이 사본과 바티칸 사본이 그 산물로, 지금도 그리스어 성서의 가장 중요한 증인입니다. 두루마리에서 책(코덱스) 형태로의 전환도 이 시기에 완성됩니다.
알렉산드리아의 주교 아타나시우스가 부활절 편지에서 신약 27권을 지금과 똑같이 나열합니다. 이는 시작이 아니라 오랜 과정의 이정표입니다 — 어떤 책은 일찍부터 널리 읽혔고, 어떤 책(히브리서·요한계시록·유다서 등)은 지역마다 받아들임이 갈렸습니다. 목록의 합의는 공의회의 한 번의 결정이 아니라 여러 세기에 걸친 수렴이었습니다.
히에로니무스(제롬)가 구약을 그리스어 중역이 아닌 히브리어 원문에서 라틴어로 옮기는 작업을 마칩니다. "히브리어 진리(Hebraica veritas)로 돌아가라"는 그의 원칙은 당시 논쟁거리였지만, 이 번역(불가타)은 이후 천 년 동안 서방 교회의 표준 성서가 됩니다. 원문으로 돌아가 다시 번역한다는 것 — 이 앱이 하는 일의 먼 선례입니다.
티베리아스의 마소라 학자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, 자음뿐이던 히브리어 본문에 모음 기호와 낭독 악센트를 고안해 붙입니다. 입으로만 전해지던 읽기 전통이 처음으로 글자가 된 것입니다. 이들은 글자와 단어의 수까지 세어 필사 오류를 막는 장치(마소라 주기)를 본문 여백에 남겼습니다. 벤 아셰르 가문이 다듬은 이 체계의 정점이 알레포 사본(930년경)과 레닌그라드 사본입니다.
비잔틴 제국의 수도원과 교회에서 그리스어 신약이 대량으로 필사됩니다. 현존 그리스어 신약 사본 수천 점의 압도적 다수가 이 시기의 것으로, 서로 매우 비슷한 본문 형태를 공유합니다 — 이것이 "다수본문"입니다. 4세기 대형 사본들과는 곳곳에서 다릅니다. 훗날 최초의 인쇄본과 KJV, 그리고 한국의 개역 계열 성경이 모두 이 전승 위에 서게 됩니다.
비잔틴 문서 소개 →이집트 카이로에서 필사된 이 사본은, 마소라 학자들이 완성한 본문 체계(자음·모음·악센트·여백 주기)를 온전히 담아 지금까지 남은 것 중 가장 오래된 완전한 히브리어 성서입니다. 더 권위 있던 알레포 사본이 1947년 화재로 일부를 잃으면서, 레닌그라드 사본이 현대 학술 편집본들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. 이 앱의 히브리어 본문(WLC)이 바로 이 사본의 전사입니다.
WLC 문서 소개 →구텐베르크가 라틴어 불가타를 인쇄합니다. 천오백 년 동안 본문은 베낄 때마다 조금씩 달라질 위험을 안고 전해졌지만, 인쇄술은 같은 본문을 수천 부 똑같이 찍어냅니다. 전승의 문제가 "어떻게 정확히 베끼는가"에서 "무엇을 원판으로 삼는가"로 옮겨 가는 순간입니다.
에라스무스가 그리스어 신약을 처음으로 인쇄합니다. 손에 넣을 수 있던 소수의 후기 사본(비잔틴 계열)으로 서둘러 만든 판이었지만, 이 계열의 인쇄본들은 곧 "공인본문(Textus Receptus)"으로 불리며 이후 300년간 표준 노릇을 합니다. 종교개혁 시대의 번역들 — 루터 성경, KJV — 의 신약이 모두 여기서 나왔고, 그 계보는 한국의 개역 성경에까지 이어집니다.
영국 국왕 제임스 1세의 명으로 학자 47인이 만든 흠정역(KJV)이 나옵니다. 구약은 마소라 본문, 신약은 공인본문 계열을 저본으로 삼았습니다. 이 번역은 영어권의 종교 언어 자체를 빚어냈고, 이후 세계 선교와 함께 각국 번역의 본보기가 됩니다. 이 앱의 참고 열에 있는 KJV가 이 판본(1769년 표준화판)입니다.
시나이 사본 재발견(1844) 등으로 4세기 사본들이 학계에 들어오자, 웨스트콧과 호트가 "다수결이 아니라 증인의 나이와 계보를 따지는" 원칙으로 그리스어 신약을 새로 편집합니다(1881). 공인본문의 시대가 끝나고 비평 편집본의 시대가 열립니다 —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 번역이 이 흐름(네슬레-알란트 계열) 위에 있고, 이 앱의 SBLGNT도 그 하나입니다. 같은 시기 Swete는 칠십인역을 바티칸 사본 중심으로 편집합니다(1887–94).
만주에서 로스 선교사와 한국인 조력자들이 누가복음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 1882년. 이후 1911년 신구약 완역(셩경젼셔)이 나오고, 이를 다듬은 개역(1938)과 개역한글판(1961)이 한 세기 동안 한국 교회의 표준이 됩니다. 구약은 마소라 본문, 신약은 공인본문 계열 — 이 앱의 참고 열에 있는 개역한글이 이 전승의 산물입니다.
베두인 목동이 사해 연안 동굴에서 두루마리 항아리를 발견합니다. 이후 십여 년간 11개 동굴에서 900점 가까운 사본이 나왔고, 그중 200여 점이 성서 사본이었습니다. 마소라 사본보다 천 년 이상 이른 실물은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— 전승이 놀랍도록 정확했다는 것, 그리고 그 이전에는 여러 본문 전통이 공존했다는 것. 본문의 역사를 말하는 방식이 이 발견 전과 후로 나뉩니다.
레닌그라드 사본의 전사(WLC), SBL 그리스어 신약(SBLGNT 2010, 개정 2023), Robinson-Pierpont 비잔틴 본문(2018), Swete 칠십인역·페시타·사마리아 오경·사해사본의 학술 전사 — 전승 전체가 기계가 읽고 검증할 수 있는 공개 데이터가 됩니다. 필사자의 손을 지나온 본문이 이제 형태 분석 태그를 달고 나란히 놓입니다. 이 앱이 서 있는 자리이며, 어떤 판을 골랐는지는 원자료 기준 페이지에 전부 공개되어 있습니다.
SBLGNT 문서 소개 →
03 · 전승의 계보
누가 누구에게서 왔는가
같은 본문이라도 지나온 길이 다르면 서로 독립된 증인입니다. 갈래가 일찍 나뉘었을수록 그 증언들은 서로를 검증해 줍니다. 문서 위에 마우스를 올리면 연결이 드러나고, 누르면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.
구약 — 하나의 뿌리, 여러 갈래
- 제2성전기 히브리어 본문들여러 본문 전통의 공존
- 사해사본기원전 3세기–기원후 1세기
- 사마리아 오경독자 전승 (오경만)
- 마소라 전통기록·읽기 전통의 고정
- 통역타르굼 (아람어)회당 통역 전통
- 필사레닌그라드 사본1008년경 · WLC
- 번역페시타 (시리아어)히브리어에서 직접
- 번역칠십인역 (그리스어)기원전 3–2세기 번역
신약 — 남지 않은 원문, 두 가지 접근
04 · 한 절, 여섯 목소리
창세기 1:1을 전통마다 따로 읽으면
아래는 이 앱에 실제로 들어 있는 데이터입니다. 같은 절을 여섯 전통이 각자의 언어와 문자로 전합니다 — 합치지 않고, 원형 그대로입니다.
בְּרֵאשִׁ֖ית בָּרָ֣א אֱלֹהִ֑ים אֵ֥ת הַשָּׁמַ֖יִם וְאֵ֥ת הָאָֽרֶץ
בְּקַדְמִין בְּרָא יְיָ יָת שְׁמַיָּא וְיָת אַרְעָא
ΕΝ ΑΡΧΗ ἐποίησεν ὁ θεὸς τὸν οὐρανὸν καὶ τὴν γῆν.
ܒܪܫܝܬ ܒܪܐ ܐܠܗܐ. ܝܬ ܫܡܝܐ ܘܝܬ ܐܪܥܐ.
בראשׁית ברא אלהים את השׁמים ואת הארץ
ב ראשית ברא אלהי[ ם את ה שמים ו את ה ארץ ׃
시작에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였다.
05 · 우리가 하는 일
개입을 없애지 않고, 기록합니다
이 앱의 번역은 "형태 대응 본문"입니다 — 읽기에 매끄러운 의역이 아니라, 원문의 형태를 한국어 문법이 허락하는 한 그대로 옮기고 부족한 부분은 주석이 채우는 본문입니다. 원문에 없지만 한국어 문장에 꼭 필요해 넣은 말은 ⟨ ⟩로, 뜻이 확실치 않아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말의 길잡이는 ( )로 표시합니다. 그리고 그 모든 표시 뒤에는 "왜 그렇게 옮겼는지"의 근거 기록이 붙어 있습니다.
번역 규칙은 공개 문서(번역 헌장)로 관리되고, 외부 검토를 거치며 판을 거듭합니다. 규칙이 실제로 지켜졌는지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검증합니다 — 창세기 1장 전체는 규칙표와 낱말 대응표만으로 기계가 다시 만들어져, 사람이 한 번역과 글자 하나까지 일치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. 그렇게 검증된 절만 화면에 싣습니다. 화면의 "헌장 v0.12 · 규칙 v0.9" 표시는 그 절이 어느 판의 규칙으로 만들어졌는지를 항상 밝혀 줍니다.
판정할 수 없는 것은 판정하지 않습니다. 분석이 없으면 "분석 없음"으로, 확정할 수 없는 문장 구조는 번역을 "보류"로 표시합니다. 화려한 매끄러움이 아니라 이 정직함이 — 저희가 이 자료들을 모으고 정리한 이유입니다.